[Art in]이순려 개인전 <그 때 그 기억> 인사동아트센터 경남갤러리, 221102-221107




제목: 그 때 그 기억 -이순려 개인전

장소: 인사아트센터 5층 경남갤러리

기간: 2022년 11월 2일~11월 7일

시간: 오전 10시~ 오후 6시 30분



 Artist Note.


기억을 담고, 

그렇지만 검고 보잘것없이


40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해외를 넘나들며 내 나름의 다양한 시선으로 생명이 느껴지는 것들에 대해 표현하고자 했다.

오랜 세월을 지냈던 일본에서는 주로 소외된 존재들을 많이 그렸던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또는 습관적으로 그려왔던 것들을 돌이켜보니, 결과적으로는 모두 소외된 것들이었다.

펜데믹 상황으로 한동안 우리나라에서만 지내서인지 계속해서 내 안으로,속으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 많아졌다.

어느 날 지인이 말했다.

"보자기 같은 사람이 있어. 상대방의 기쁨,슬픔 모든 걸 다 품어줄 수 있는 사람."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반응했다.

"나는 보자기 같은 사람이 아닌가봐..."

나는 그런 '감싸고 보듬는 것'의 재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낯선 이 한국 생활 속에서 나도 가끔은 주변을 보듬고 있었다는 미련한 착각이 나를 더 치열하게 뒤돌아보게 했다.

여기까지 와서,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인지. 

연필을 집어 들고 예전부터 자주 그러던 검은색 플라스틱 봉지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잡다한 것들을 담고 연약하게 어디론가 향하는 검은색 비닐.

오랜 타지 생활을 통해 항상 내 존재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던 나는 그 연약하고 천박한 광을 뿜어내는 비닐과 같았다.

특정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은 나란 존재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던 나는 그 연약하고 천박한 광을 뿜어내는 비닐과 같았다.

특정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은 나란 존재에 담겨 어디론가 옮겨지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연스레 나를 떠나갔다. 

나는 그들이 목적지를 향하는 찰나의 시간만을 담으며 함께 한다.

감히 보듬을 수 없는 이 소중한 것들을 잠시나마 내 안에 품고, 

나는 그 순간순간들을 이어 희미한 플라스틱에 온기를 불러 넣는다.

이 몇 년 동안에 내가 잠시 담은 일들,기억들, 사람들을 그리며.


인사아트센터 5층 경남갤러리에서 이순려작가의 <그 때 그 기억>전시가 열리고 있다